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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
한마디 한마디의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있어
잠시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랜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은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떠날 준비 / 이정하

그냥 떠나가십시오. 

떠나려고 굳이 준비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당신은 끝까지 가혹합니다. 
떠남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고 
떠나려고 준비하는 그대를 보는 것이 
괴로운 것을.

올 때도 그냥 왔듯이 
갈 때도 그냥 떠나가십시오.

약 속 / 니체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대가 나를 속인 것 때문이 아니라

이제 다시는 그대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행위는 약속할 수 있으나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감정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으므로.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겠노라고 약속을 하는 자는

자신의 힘에 겨운 것을

약속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을 때,

그것은 겉으로의 영속을 약속한 것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섣불리 ‘영원’이라고 말하지 말라.

비록 그때는 진심 어린 말일지라도

그 상대가 상처를 받기는

너무 쉬운 일이니…!

홀로서기 3 / 서정윤

1

 보고싶은 마음을
오래 참으면
별이 된다고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이 유난히 맑다.

 늘상 시행착오 속에 살면서
나를 있게해 준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숱한 밤을 밝혀도
아직도 나는
나의 얼굴을 모르고 있다.

 2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역에서
그냥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지만
발길을 막고 있는 건
내 속에
나 혼자 있는게
아니기 때문인가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서는
풀씨들만큼 충실한
씨앗이 되지 못했다.

 그리움이 익으면
별이 된다고
내 속에서 빛나는 건
미처 못 지운
절망의 아픔들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3

 노래가 질펀한 거리를
그대는 걷고 있다.
시간은 내 속에 정지해 있고
어쩌면 눈물만이 아프다.

 혼자 불끄고 누울 수 있는
용기가
언제쯤이면 생겨날 수 있나
모든걸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때가
나에게 있을까.

 잊음조차 평온함으로 와 닿을 때
아, 나의 흔들림은
이제야 끝났는가.

 4

 내가 준 고통들이
지금 내가 안고 궁그는 아픔보다
더 크고, 그럴지라도
그 맑은 미소가
다시 피어나길 기도하는 것조차
알량한 자기 위안일 뿐
나에게 손 내밀어 줄 신이
정말 있을까.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숱한 다짐들이
어떤 바람에도 놀라게 한다.
굳건히 설 수 있을 때까진
잊어야지
내 속에 흐르는 강물이
결국은 바다로 간다는 걸
깨닫기 까지.

 5

 나는 여기 있는데
내 마음은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아프게 살아온 날들이 모두
돌아볼 수 없도록 참담하고
흔들리는 인간이
흔들리는 나무보다 약하다.
지하도를 빠져나오는 느낌이
모두 같을지라도
바람부는 날
홀로 굳건할 수 있다면
내 속에 자라는 별을 이제는
하늘로 보내 줄 수 있을텐데

 아직도 쓰러져 있는
그를 위해
나는 꽃을 들고 있다.

 6

 술잔 속에서 그대가
웃고 있을 때, 나는
노래를 부른다, 사랑의 노래를.
보고 싶은 마음들은
언젠가 별이 되겠지
그 사랑을 위해
목숨 걸 때가 있다면
내 아픔들을 모두 보여주며
눈물의 삶을 얘기 해야지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을 위해
썩어지는 육신을 위해
우리는 너무 노력하고 있다.

 노을의 붉은 빛을 닮은
사랑의 얼굴로
이제는 사랑을 위해
내가 서야 한다.
서 있어야 한다.

 7

 안다.
너의 아픔을 말하지 않아도
나만은 그 아픔을
느낄수 있기에 말하지 않는다.
절망조차 다정할 수 있을 때
그대는 나의 별이 되어라.
흔들리는 억새풀이 애처롭고
그냥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는 들꽃이
더욱 정겹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사랑하기 위해 애쓰자.
사랑없는 삶으로
우리는 자신을 속일 수 없다.
내 꿈으로 띄운 별이
이제는
누구의 가슴에 가 닿을지를
고민하지 말아야지.

사랑/ 라이너 마리아 릴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 과업중
        가장 어려운
        마지막 시험이다.
 
        다른 모든 것은
        그 준비 작업에 불과하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고요? / 엘리자베스 베렛 브라우닝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고요? 헤아려 보겠어요.

참된 존재와 이상적인 미의 보이지 않는 끝자락을
내 영혼이 더듬어 찾을 때 그것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와 폭과 높이만큼 당신을 사랑해요.
 
햇빛과 촛불 아래 일상의 그지없이 조용한
필요에 따르듯이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자유롭게 사랑해요, 올바름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처럼.
당신을 순수하게 사랑해요, 칭찬을 외면하는 사람들처럼
 
지난날 슬픔에 쏟았던 격정과
어린 날의 신앙으로 당신을 사랑해요.

성자들을 잃으며 함께 잃어버렸을 그 사랑 되찾아
당신을 사랑해요.—-내 모든 삶의 숨결과
미소와 눈물로 당신을 사랑해요!—그리고 하느님이 허락하시면
죽고 난 뒤에도 당신을 더욱더 사랑할 거예요.





   How Do I Love Thee? 

          
                        Elizabeth Barrett Browning

How do I love thee? Let me count the ways.
I love thee to the depth and breadth and height
My soul can reach, when feeling out of sight
For the ends of Being and ideal Grace.
I love thee to the level of everyday’s
Most quiet need, by sun and candle-light.
I love thee freely, as men strive for Right;
I love thee purely, as they turn from Praise.
I love thee with the passion put to use
In my old griefs, and with my childhood’s faith.
I love thee with a love I seemed to lose
With my lost saints, - I love thee with the breath,
Smiles, tears, of all my life! - and, if God choose,
I shall but love thee better after death. 

내 두 눈의 불을 꺼라 / 詩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두 눈의 불을 꺼라, 그래도 나는 그대를 볼 수 있으리. 

내 두 귀를 막아라, 그래도 나는 그대를 들을 수 있으리. 

그리고 발이 없다 해도, 나는 그대에게 갈 수 있으리. 

그리고 입이 없다 해도,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를 수 있으리. 

내 팔을 꺾는다 해도, 손으로 잡듯이 그대를 내 심장으로 잡으리. 

심장이 멎으면 내 뇌수가 고동을 치리라. 

그리고 그대가 내 뇌수에다 불을 지르면 

내 그대를 피로써 껴안으리라. 

홀로서기 / 서정윤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러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저녁의 우주 / 장만호

   나무로부터 빠져나가려는 긴 그늘을 주저앉히며
   저녁은 온다


   어둠이 새나간 고양이의 동공에
   빛이 고인다
   물시계처럼,


   잔잔한 저 빛이
   저 시간이 천천히 미만해질 때까지가 내가 명명(命名)한 저녁이므로
   우리는 여기서 점진적으로 어두워지고


   당신은 몇 방울의 물로 내게 왔다,
   가고 있다, 편년체로 기술된 나의 역사에서
   오늘은 고양이의 우주에 빛물이 고이는 저녁
   빛물의 수위가 조금씩 높아질 때


   우리는 조금 더 어두워지겠다,
   소란하게 쏟아지는 저녁의 소요 속에서
   갸릉거리던 고양이가 동공을 열고
   저 먼 하류로 저녁을 방류하기 전에
   언젠가 수몰된 마을처럼 당신이 잠잠해지기 전에


   나는 이 저녁의 빛물을 모아 당신을 기록하고 있다
   알 수 없는 글자로 번져
   당신과 내가
   서로의 저녁이 될 때까지
   빛과 어둠이 서로의 중심을 나누어 가질 때까지


   그러니 누가 우리를 저 우주로 돌려보내 주었으면,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
한마디 한마디의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있어
잠시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랜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은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떠날 준비 / 이정하

그냥 떠나가십시오. 

떠나려고 굳이 준비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당신은 끝까지 가혹합니다. 
떠남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고 
떠나려고 준비하는 그대를 보는 것이 
괴로운 것을.

올 때도 그냥 왔듯이 
갈 때도 그냥 떠나가십시오.

약 속 / 니체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대가 나를 속인 것 때문이 아니라

이제 다시는 그대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행위는 약속할 수 있으나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감정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으므로.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겠노라고 약속을 하는 자는

자신의 힘에 겨운 것을

약속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을 때,

그것은 겉으로의 영속을 약속한 것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섣불리 ‘영원’이라고 말하지 말라.

비록 그때는 진심 어린 말일지라도

그 상대가 상처를 받기는

너무 쉬운 일이니…!

홀로서기 3 / 서정윤

1

 보고싶은 마음을
오래 참으면
별이 된다고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이 유난히 맑다.

 늘상 시행착오 속에 살면서
나를 있게해 준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숱한 밤을 밝혀도
아직도 나는
나의 얼굴을 모르고 있다.

 2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역에서
그냥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지만
발길을 막고 있는 건
내 속에
나 혼자 있는게
아니기 때문인가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서는
풀씨들만큼 충실한
씨앗이 되지 못했다.

 그리움이 익으면
별이 된다고
내 속에서 빛나는 건
미처 못 지운
절망의 아픔들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3

 노래가 질펀한 거리를
그대는 걷고 있다.
시간은 내 속에 정지해 있고
어쩌면 눈물만이 아프다.

 혼자 불끄고 누울 수 있는
용기가
언제쯤이면 생겨날 수 있나
모든걸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때가
나에게 있을까.

 잊음조차 평온함으로 와 닿을 때
아, 나의 흔들림은
이제야 끝났는가.

 4

 내가 준 고통들이
지금 내가 안고 궁그는 아픔보다
더 크고, 그럴지라도
그 맑은 미소가
다시 피어나길 기도하는 것조차
알량한 자기 위안일 뿐
나에게 손 내밀어 줄 신이
정말 있을까.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숱한 다짐들이
어떤 바람에도 놀라게 한다.
굳건히 설 수 있을 때까진
잊어야지
내 속에 흐르는 강물이
결국은 바다로 간다는 걸
깨닫기 까지.

 5

 나는 여기 있는데
내 마음은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아프게 살아온 날들이 모두
돌아볼 수 없도록 참담하고
흔들리는 인간이
흔들리는 나무보다 약하다.
지하도를 빠져나오는 느낌이
모두 같을지라도
바람부는 날
홀로 굳건할 수 있다면
내 속에 자라는 별을 이제는
하늘로 보내 줄 수 있을텐데

 아직도 쓰러져 있는
그를 위해
나는 꽃을 들고 있다.

 6

 술잔 속에서 그대가
웃고 있을 때, 나는
노래를 부른다, 사랑의 노래를.
보고 싶은 마음들은
언젠가 별이 되겠지
그 사랑을 위해
목숨 걸 때가 있다면
내 아픔들을 모두 보여주며
눈물의 삶을 얘기 해야지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을 위해
썩어지는 육신을 위해
우리는 너무 노력하고 있다.

 노을의 붉은 빛을 닮은
사랑의 얼굴로
이제는 사랑을 위해
내가 서야 한다.
서 있어야 한다.

 7

 안다.
너의 아픔을 말하지 않아도
나만은 그 아픔을
느낄수 있기에 말하지 않는다.
절망조차 다정할 수 있을 때
그대는 나의 별이 되어라.
흔들리는 억새풀이 애처롭고
그냥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는 들꽃이
더욱 정겹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사랑하기 위해 애쓰자.
사랑없는 삶으로
우리는 자신을 속일 수 없다.
내 꿈으로 띄운 별이
이제는
누구의 가슴에 가 닿을지를
고민하지 말아야지.

사랑/ 라이너 마리아 릴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 과업중
        가장 어려운
        마지막 시험이다.
 
        다른 모든 것은
        그 준비 작업에 불과하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고요? / 엘리자베스 베렛 브라우닝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고요? 헤아려 보겠어요.

참된 존재와 이상적인 미의 보이지 않는 끝자락을
내 영혼이 더듬어 찾을 때 그것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와 폭과 높이만큼 당신을 사랑해요.
 
햇빛과 촛불 아래 일상의 그지없이 조용한
필요에 따르듯이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자유롭게 사랑해요, 올바름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처럼.
당신을 순수하게 사랑해요, 칭찬을 외면하는 사람들처럼
 
지난날 슬픔에 쏟았던 격정과
어린 날의 신앙으로 당신을 사랑해요.

성자들을 잃으며 함께 잃어버렸을 그 사랑 되찾아
당신을 사랑해요.—-내 모든 삶의 숨결과
미소와 눈물로 당신을 사랑해요!—그리고 하느님이 허락하시면
죽고 난 뒤에도 당신을 더욱더 사랑할 거예요.





   How Do I Love Thee? 

          
                        Elizabeth Barrett Browning

How do I love thee? Let me count the ways.
I love thee to the depth and breadth and height
My soul can reach, when feeling out of sight
For the ends of Being and ideal Grace.
I love thee to the level of everyday’s
Most quiet need, by sun and candle-light.
I love thee freely, as men strive for Right;
I love thee purely, as they turn from Praise.
I love thee with the passion put to use
In my old griefs, and with my childhood’s faith.
I love thee with a love I seemed to lose
With my lost saints, - I love thee with the breath,
Smiles, tears, of all my life! - and, if God choose,
I shall but love thee better after death. 

내 두 눈의 불을 꺼라 / 詩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두 눈의 불을 꺼라, 그래도 나는 그대를 볼 수 있으리. 

내 두 귀를 막아라, 그래도 나는 그대를 들을 수 있으리. 

그리고 발이 없다 해도, 나는 그대에게 갈 수 있으리. 

그리고 입이 없다 해도,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를 수 있으리. 

내 팔을 꺾는다 해도, 손으로 잡듯이 그대를 내 심장으로 잡으리. 

심장이 멎으면 내 뇌수가 고동을 치리라. 

그리고 그대가 내 뇌수에다 불을 지르면 

내 그대를 피로써 껴안으리라. 

홀로서기 / 서정윤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러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저녁의 우주 / 장만호

   나무로부터 빠져나가려는 긴 그늘을 주저앉히며
   저녁은 온다


   어둠이 새나간 고양이의 동공에
   빛이 고인다
   물시계처럼,


   잔잔한 저 빛이
   저 시간이 천천히 미만해질 때까지가 내가 명명(命名)한 저녁이므로
   우리는 여기서 점진적으로 어두워지고


   당신은 몇 방울의 물로 내게 왔다,
   가고 있다, 편년체로 기술된 나의 역사에서
   오늘은 고양이의 우주에 빛물이 고이는 저녁
   빛물의 수위가 조금씩 높아질 때


   우리는 조금 더 어두워지겠다,
   소란하게 쏟아지는 저녁의 소요 속에서
   갸릉거리던 고양이가 동공을 열고
   저 먼 하류로 저녁을 방류하기 전에
   언젠가 수몰된 마을처럼 당신이 잠잠해지기 전에


   나는 이 저녁의 빛물을 모아 당신을 기록하고 있다
   알 수 없는 글자로 번져
   당신과 내가
   서로의 저녁이 될 때까지
   빛과 어둠이 서로의 중심을 나누어 가질 때까지


   그러니 누가 우리를 저 우주로 돌려보내 주었으면,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떠날 준비 / 이정하
약 속 / 니체
홀로서기 3 / 서정윤
사랑/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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